"사졸들에게 무리한 정신력만으로 싸우라고 으박지르지 마라.
지형을 파악하고 최상의 여건을 준비하여, 그들이 가장 가볍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오직 리더가 할 일이다." — 《오기병법(吳起兵法)》
전국시대의 뛰어난 전술가이자 오기병법의 저자인 오기(吳起)의 사상을 깊이 들여다보면, 흔히 오해받는 거친 무인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정교한 오퍼레이션 철학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는 현장의 구성원들에게 무책임한 정신력 투쟁이나 무리한 성과를 독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리더 스스로가 현장의 지형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일하기 좋은 최선의 물리적 환경과 시스템을 가꾸는 데 집중했습니다.
오랜 시간 현장에서 유통과 오퍼레이션을 살피며 깨달은 깊은 교훈 역시 이와 닿아 있습니다. 진정한 성과는 구성원을 압박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걸림돌을 치워주는 리더의 사려 깊은 준비에서 시작됩니다.
1. 치병(治兵)의 사상 — 구호가 아닌 시스템의 최적화로 일하게 하라
오기병법의 핵심인 《치병(治兵)》 편은 리더가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으로 '현장의 가벼움'을 꼽습니다.
"땅이 말을 가볍게 여기고, 말이 전차를 가볍게 여기며, 전차가 사람을 가볍게 여기고, 사람이 임무를 가볍게 여기도록 해야 하오.
지형의 험함과 평탄함을 파악하면 땅이 말을 가볍게 여기고, 먹이를 제때 정량으로 주면 말이 전차를 가볍게 여기며, 바퀴에 기름을 여유 있게 쳐두면 전차가 사람을 가볍게 여기고, 장비와 여건을 예리하게 차려주어야 비로소 사람이 임무를 가볍게 여기게 되오.”
오기가 말한 '네 가지를 가볍게 하는 비결'은 지극히 물리적이고 정교한 오퍼레이션에 기반합니다. 현장의 비효율과 병목을 그대로 둔 채 정신력만을 강조하는 것은 리더의 방만에 불과합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리테일 매장이나 유통 파트너사들이 실적 부진으로 고전할 때, 리더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을 독촉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류 공급망(SCM)의 병목을 잘라내어 납기 지연의 부담을 줄여주고, 매장의 전시 환경과 동선을 정비해 주며,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명확한 프로세스를 손에 쥐여주어야 합니다.
복잡한 꼬임이 풀리고 최적의 환경이 갖춰질 때, 현장은 비로소 가벼운 마음으로 몰입하며 정직한 성과로 답하게 됩니다.
2. 상하동심(上下同心)의 거버넌스 — 자율과 신뢰가 뿌리내리는 길
오기는 병사들의 고름을 직접 입으로 빠아줄 만큼 현장의 구성원들을 깊이 아끼고 배려했던 리더였습니다. 그는 엄격한 규율을 세우되, 사사로운 감정이나 편애를 배제하고 언제나 약속한 신의를 정직하게 지켰습니다.
"하는 짓이 도(道)와 의(義)에 부합하지 않으면 비록 부귀한 자리를 차지하더라도 반드시 환란이 찾아오오.
약속한 상벌에는 단 한 치의 타협도 없이 신의를 지켜야만 조직은 강해지는 법이오."
리더 개인의 위세나 공포를 수단 삼아 조직을 이끄는 방식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공정한 기준과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리더 스스로 원칙의 모범을 보일 때 구성원들은 비로소 리더를 향해 자발적인 신뢰를 보내게 됩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복잡한 유통 채널을 관리할 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힘으로 억누르기보다 채널 간의 영업 구획을 정중하게 조정하고, 파트너사들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는 거버넌스를 수립하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상하가 하나로 연결되는 단단한 신뢰가 형성되면, 구성원들은 타율적인 통제 없이도 스스로 책임을 다하며 자율적으로 성장하는 주도적인 리더로 거듭나게 됩니다.
3. 담담하게 오퍼레이션의 기본을 다지며
오기가 보여준 사상의 본질은 결국 "현장의 흐름을 방해하는 모든 장애물을 사전에 제거하고, 최선의 시스템을 손에 쥐여주는 정교한 조력"에 있었습니다.
눈앞의 기교나 화려한 구호를 좇지 않고, 가장 기본적이고 묵직한 오퍼레이션의 클래식인 SCM의 최적화, 매장 인프라의 고도화, 그리고 정직한 소통 프로세스를 차분히 다듬어 나갑니다.
사려 깊은 인문학적 고찰을 통해 매일 성찰하며, 구성원들과 파트너들이 안심하고 몰입할 수 있는 정중하고 단단한 토양을 다져가고 있습니다.

